고령화 사회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 ‘고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1인 가구 비율이 높고,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외로움과 고립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고독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2021년 ‘고독 담당 장관’을 신설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오늘은 바로 일본의 고독이 심각한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왜 ‘고독 담당 장관’을 임명했으며, 이 정책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거두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고독 담당 장관’ 신설 배경과 정책 내용, 그리고 그 영향과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일본 사회에서 ‘고독’이 심각한 문제가 된 이유
일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고령화 사회이자,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국가다. 2020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약 28%에 달하며,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구조 변화는 일본 국민들이 점점 더 외로움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독사(孤独死, Kodokushi)’라는 사회적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고독사는 말 그대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던 사람이 사망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사건을 의미한다. 이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 사회의 단절과 외로움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일본 사회의 고립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접촉이 줄어들고,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일본의 자살률은 11년 만에 증가했으며, 특히 여성과 젊은 층의 자살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고독 담당 장관’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번외: 다른 나라에서도 고독사 문제가 증가할까?
고독사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 중국, 유럽 국가들에서도 고독사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① 한국의 고독사 증가 문제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하게 고령층의 고독사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사회적 고립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독사 예방 조례’를 제정하고, 고독사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② 유럽과 미국의 대응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고독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하였으며,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복지 정책을 통해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고독 팬데믹(Loneliness Pandemic)’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각종 비영리 단체와 정부 기관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② 일본 정부의 ‘고독 담당 장관’ 신설과 주요 정책
2021년 2월, 일본 정부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독 담당 장관(孤独担当大臣, Minister of Loneliness)’을 신설했다. 초대 고독 담당 장관으로는 당시 지역 활성화 및 저출산 대책을 담당하던 사카모토 테츠시(坂本哲志) 장관이 임명되었다.
고독 담당 장관은 단순히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역할’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요 정책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독·고립 대책을 위한 정부 전담 조직 신설
일본 정부는 고독 담당 장관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들이 협력하는 ‘고독·고립 대책팀’을 구성했다.
이 조직은 사회적 고립 문제를 조사하고, 정책을 개발 및 시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살 예방 및 정신 건강 지원 강화
자살 예방 핫라인을 운영하고, 정신 건강 상담 서비스를 확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한 여성 및 청년층의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지역 사회 네트워크 활성화
고독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했다.
예를 들어, 고령자와 1인 가구를 위한 지역 소모임, 공동체 활동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고립된 사람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
실직자, 저소득층, 싱글맘 등 사회적 고립이 심한 계층에게 경제적 지원을 강화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프리랜서들을 위한 긴급 지원금 지급 정책도 포함되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사회적으로 단절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누구도 고독 속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③ 고독 담당 장관의 효과와 한계점
‘고독 담당 장관’이 도입된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고독과 외로움 문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과거에는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외로움’이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자살 예방 상담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고, 정신 건강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지역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고령자와 청년층이 서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그러나 한편으로는 몇 가지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다.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평가하기 어려움
고독 담당 장관이 신설된 지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검증되지 않았다.
단순한 상담 서비스 확대나 지역 네트워크 강화만으로 심각한 사회적 고립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개인적인 문제와 정책 간의 간극
외로움은 개개인의 삶의 방식, 인간관계,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정부 정책만으로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일본의 장시간 근로 문화, 가족 해체 현상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외로움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
일본 외에도 영국이 2018년에 ‘고독 담당 장관(Minister of Loneliness)’을 신설한 바 있으며,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정책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사례가 다른 국가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지만, 각국의 사회 구조와 문화에 맞는 방식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고독 담당 장관’을 신설한 것은 단순히 하나의 정책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과거에는 외로움을 개인적인 성향이나 삶의 방식에 따른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사회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일본처럼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지는 국가에서는 외로움이 단순한 감정적 문제를 넘어, 건강 문제, 노동력 감소, 심지어는 경제적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외로운 사람들은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심혈관 질환 등의 신체적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또한, 사회적으로 단절된 사람들은 경제 활동에도 소극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과 복지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 정부가 시행한 고독 담당 장관 정책은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 있으며,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정책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 사회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경제적·심리적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사회적 고립과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점점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영국도 2018년 ‘고독 담당 장관’을 신설했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들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향후 정책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글로벌한 문제로 확산될 것이다.
무엇보다 외로움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가족과 이웃, 친구뿐만 아니라, 직장과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가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정책적 시도가 이어진다면, 외로움이 개인이 혼자 감당해야 할 고통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문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일본의 ‘고독 담당 장관’ 신설이 그러한 움직임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