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병 같은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각국 정부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영국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8년 ‘설탕세(Sugar Tax)’를 도입하며, 가당 음료 소비를 줄이려는 조치를 시행했다. 설탕세는 단순히 음료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전략적 정책이었다. 시행 이후 기업들은 제품의 설탕 함량을 줄이거나 대체 상품을 출시했고, 소비자들도 점차 저설탕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설탕세에 대한 찬반 논쟁도 존재한다. 일부는 국민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하지만, 다른 일부는 소비자 부담 증가와 기업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영국의 설탕세 도입 배경과 시행 과정,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살펴보자.
영국은 왜 설탕세를 도입했을까?
영국 정부가 설탕세(Sugar Tax)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 건강 문제였다. 특히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은 질병이 증가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NHS)에 막대한 부담이 가중되었고, 그중에서도 어린이 비만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영국 보건 당국은 가당 음료가 이러한 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설탕이 다량 함유된 탄산음료나 에너지 드링크는 칼로리가 높아 과도한 소비 시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러한 음료를 많이 섭취하면서 비만율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이 생산하는 가당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줄이려 했다. 즉, 설탕이 많이 함유된 음료의 가격을 인상하여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2016년 당시 영국 정부는 가당 음료가 전체 국민의 당 섭취량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을 초과하는 당을 섭취하는 인구 비율이 높았으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10대 중반이 되기 전에 이미 WHO(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설탕을 섭취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음료 제조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설탕 함량을 줄이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2018년 4월부터 설탕세를 공식적으로 시행하게 되었다.
설탕세는 어떻게 시행되었고,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영국의 설탕세는 가당 음료의 설탕 함량에 따라 단계적으로 부과되었다. 100ml당 5g 이상의 설탕이 포함된 음료에는 리터당 18펜스(약 300원)의 세금이, 100ml당 8g 이상의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는 리터당 24펜스(약 400원)의 세금이 추가되었다. 다만, 천연 과일 주스나 무가당 우유 기반 음료는 면세 대상이었으며, 알코올이 포함된 음료도 별도의 세금 규정을 따랐다. 설탕세가 시행되자 많은 음료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설탕 함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기존 제품의 설탕 함량을 낮추거나, 인공 감미료를 활용한 저설탕·무설탕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코카콜라, 펩시, 루코자드(Lucozade) 등 주요 음료 브랜드들은 제품 개량을 통해 세금 적용을 피하거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존 제품의 맛이 달라진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으며, 몇몇 브랜드는 기존의 고설탕 제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금이 포함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오리지널 제품의 설탕 함량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인상하는 전략을 선택했지만, 동시에 다이어트 코크(Diet Coke)와 제로 코크(Coke Zero)와 같은 무설탕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했다. 설탕세 도입 이후 소매업체들도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가격이 오른 제품의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대형 마트나 편의점들은 무설탕 및 저설탕 음료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소비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설탕 함량이 높은 음료의 소비량은 감소하는 반면, 저설탕 제품과 무설탕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설탕세 도입 이후 영국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설탕세 시행 후 몇 년이 지나면서 영국의 식음료 소비 패턴에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가당 음료의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다. 영국 보건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설탕세 시행 후 1년 동안 설탕이 많이 포함된 음료의 판매량이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가당 음료 소비가 줄어든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설탕세 도입으로 인해 기업들이 제품을 재조정하면서 전체적인 식품 산업의 건강 지향성이 강화되었다. 많은 브랜드가 기존의 고설탕 제품을 대체할 새로운 저설탕 음료를 개발하면서,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건강한 선택을 할 기회가 늘어났다. 일부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무설탕 음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한 음료를 선택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설탕세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일부 경제학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설탕세가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저소득층이 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당 음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설탕세 도입 이후 가격이 인상되면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설탕세 수익을 공공 의료 및 건강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영국의 설탕세는 가당 음료 소비 감소, 건강한 식습관 형성, 기업의 제품 개량을 유도하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소비자 부담 증가 및 기업의 대응 방식에 따른 부작용도 일부 발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설탕세는 국민 건강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다른 국가들도 이를 벤치마킹하며 유사한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의 설탕세 정책은 국민 건강을 위한 정부 개입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히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기업의 제품 개선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설탕 함량이 높은 음료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대체 음료를 찾도록 유도했고, 기업들도 이에 대응해 제품의 당 함량을 줄이거나 새로운 저설탕·무설탕 제품을 출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가당 음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론 설탕세 정책에 대한 논란도 존재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설탕세가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켜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당 음료는 저렴한 가격과 손쉬운 접근성 때문에 저소득층에서 많이 소비되었는데, 세금이 부과되면서 가격이 인상되었고, 이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 음료의 맛이 변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여전히 고설탕 제품을 구매하면서 세금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탕세가 가당 음료 소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비만율과 당뇨병 발생률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가당 음료 섭취 감소는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공공 의료비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정부도 이를 고려해 설탕세로 거둬들인 세수를 어린이 건강 증진 프로그램과 체육 활동 지원에 재투자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향후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영국의 사례를 참고해 설탕세 도입을 검토하거나 실행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장기적인 변화를 대비해 저설탕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설탕세가 단순히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고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중요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건강한 선택을 유도하는 다양한 전략이 함께 모색될 필요가 있다.